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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 치안 | 노숙자 마약 및 범죄 실태 · 캘리포니아 주지사 텐트촌 긴급 강제철거 행정명령(24/07/25)

knownlearn 2024. 7. 28. 15:34

미국 LA를 여행할 때에는 언제나 치안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범죄율이 높은 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최근 LA를 다녀온 입장으로서는 남녀불문 혼자 여행한다거나 렌터카를 쓸 예정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유의하라고 말하고 싶다. LA의 치안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오늘은 노숙자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길거리 노숙자
직접 찍은 사진. 부촌이 아니고서야 LA 동네 어귀에서 노숙자 텐트촌을 찾아보기 쉽다

 

실제 노숙자 목격담

 

LA를 여행하면서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나누어 보려고 한다. 사진은 위 사진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두 눈으로 봤던 노숙자들은 수 백명에 이르렀다. 위 사진은 여행 이튿날 그간 한국에서 말로만 접하던 미국 노숙자를 처음 보고 충격을 금치 못해 찍었더랬다. 그런데 여러 날이 지나면서 더 심각한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기에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행태라 차마 카메라에 손이 가질 않았다. 

 

차차 어떠한 모습의 노숙자를 목격했는지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사진처럼 동네마다 사람의 손길이 크게 닿지 않는 건물 구석에 자신의 쇼핑카트(개인 소지품을 담은 이삿짐 이동용 캐리어라고 보면 된다)를 옆에 두고 노숙하는 자가 있는 가하면, 쇼핑카트는 없더라도 텐트나 방수처리가 된 천을 덮고 노숙을 하는 자도 있다. 간혹 인도 중간에 턱 하니 텐트를 펴고 자는 노숙자도 있기에 통행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더 이해가 안 갔던 노숙자의 주거지는 바로 고속도로 옆이었다. 다운타운으로 이동할 때마다 고속도로를 타게 되는데 늘상 텐트촌을 보게 되는 것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특히 고속도로 위의 다리를 올려다보면 여러 개의 텐트가 주르륵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혹은 말 그대로 고속도로 옆에 텐트를 친 경우도 있다. 어느 날은 고속도로 옆에서 마약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팬티와 양말만 입은 채 해를 향해 방방 뛰고 몸을 흔드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 남자 옆에는 거주지로 여겨지는 1인용 텐트가 있었다. 

 

이렇게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뚜벅이로 걷다가 길거리에서 노숙자들을 마주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갑작스레 해를 입어도 방어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않기에 늘 주의를 해야 한다.

 

어느 주말, 유명한 관광지인 산타모니카 해변 주변의 상점 앞을 걷고 있었다. 주말이어서 사람이 엄청 많았던 탓이었는지, 노숙자들이 더욱 많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 노숙자는 약통을 자신 앞에 두고 돈을 구걸하고 있었는데, 이 노숙자 앞을 지나갔을 때 강한 대마초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며 눈을 보니 약에 취해있었다. 다른 노숙자는 엄청난 찌른내를 몸에서 풍기면서 길거리의 쓰레기통을 손으로 뒤지고 있었고, 또 다른 노숙자는 내 옆을 지나가면서 제정신이 아닌듯한 눈으로 어슬렁거리며 째려보고 지나갔다. 거진 눈에 살기를 품은 듯했다. 자신을 건드리면 죽여버릴 수도 있겠다는 그런 눈빛이랄까. 또 다른 노숙자들은 해변 벤치에 앉아 주사기로 자신의 몸에 마약을 주입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노숙자를 자주 마주치게 되면 냄새가 잊히질 않고, 그 관광지에 다시 놀러 가기를 주저하게 된다. 

 

 

 

스키드 로우(skid row) 여행자제

 

LA는 마약을 유통하는 남미의 갱들이 활동하는 주무대이기 때문에 미국의 그 어떤 주보다 마약 유통량이 많다. 그런 탓에 마약으로 인한 문제도 자연스레 많은 편인데, 미국 전역의 노숙자 10명 중 최소 4명이 중증 마약중독과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LA 내 노숙자의 상태가 어떤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내 노숙자가 많기로 유명한 장소가 몇 군데 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곳은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스트리트와 LA의 스키드 로우이다. 간혹 미국 LA를 여행하고 기록한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스키드 로우에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그나마 차로 이동하여 순식간에 보고 빠져나오는 것은 다행이라고 할 만 하나, 걸어 다니며 영상들을 찍고 하룻밤을 묵는 대담한 행동을 하는 유튜버들도 있던데 그건 가히 목숨을 내놓는 짓이다. 강도를 당할 수 있거나 이성 및 동성간 성폭행이 이루어지고 까딱하다간 반불구가 되거나 살인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어떤 곳인지 정 궁금하다면 구글맵으로 스키드 로우를 검색하여 직접 둘러보길 바란다. 스키드 로는 다운타운(downtown)의 메인과 알라메다 스트리트 사이 3가와 7가 구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아래에 링크를 남겨둘 터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들어가 보시길. 보시고 혹여나 궁금해서라도 가보지 않기를 추천한다. 

 

https://maps.app.goo.gl/5yTHDMzez6qA4Nso6

 

스키드로 ·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www.google.com

 

구글맵 캡처
구글맵 캡처샷. 스키드 로우

 

구글맵 상으로 스키드 로우 구역의 모든 도로들을 훑다보면 텐트촌이 어떤 것인지 단 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텐트촌이기에 구역이 넓은 편이며, 아래 위키백과의 설명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가장 큰 노숙자 인구가 살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LA 다운타운의 범죄의 60%가량이 스키드 로우에서 발생한다는 것인데, 위키백과에 적힌 것 외로 유튜브나 기사들을 검색해 보면 스키드 로우 내에도 갱단 간 세력다툼이 존재하여 이 때문에 피습, 살인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스키드로(Skid Row)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한 동네이다. 이 지역은 Central City East로도 알려져 있고, 스키드로는 미국에서 가장 큰 노숙자 인구 (약 2,783명) 지역 중 하나이다.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이 지역에 거주하는 총 인원 수가 11% 증가했다. 2019년 인구 조사 기준으로 이 지역의 인구는 4,757 명이고, 인구 내역은 18 세 미만 7.78%, 18 세에서 24 세 사이 1.38%, 25 세에서 54 세 사이 60.94%, 55 세에서 61 세 19.49%, 62 세 이상 10.41%이다. 그중 퇴역 군인이 9.90%이다. 주민의 인종 내역은 백인 (히스패닉 및 라티노 제외) 12.66%,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 58.21%, 아메리칸 인디언/알래스카 원주민 2.06%, 아시아계 0.63%, 히스패닉 및 라타노계 24.53%, 하와이 원주민/기타 태평양 섬 주민 0.79%, 다른 종족 1.11%이다.

2019년 스키드로와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다른 지역을 포함한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LAPD) Central Area 내 범죄 중 스키드로 내의 범죄는 58.96%를 차지했고 7 월에서 10 월 사이에 스키드로 센터에서 0.5 마일 이내에 발생한 997 건의 범죄는 차량 침입/도난 21.97%, 절도 27.08%, 폭행 24.67%, 성범죄 1.04%, 강도 13.14%, 주거침입 6.12%, 자동차 도난 4.61%, 방화 0.6%, 살인 0.4% 등이다.

 

 

LA 노숙자가 생겨나는 이유

 

1. 온화한 캘리포니아의 날씨

미국 내에서 노숙자가 가장 많은 10개 도시 중 6개(● Los Angeles,  San Jose/Santa Clara,  San Diego,  San Franciso,  Oakland, Berkeley,  Santa Ana, Anaheim)가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연중 온화한 기후에서 잠을 자고 활동하기가 편하기에 노숙자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래스카, 미네소타와 같이 춥기로 유명하거나 애리조나처럼 사막기후를 가진 주에서는 노숙하다간 골로 가기 십상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에 가면 노숙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2. 사회구조적 문제 (높은 주거비용, 의료보험 미비, 실업률 증가 등)

노숙자들이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히는 것은 상승하는 집값이다. 애초에 집값이 높은 상태인데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계속 오르고 있으며, 상승하는 집값에 비례하여 임금상승의 폭이 높지 않기 때문에 살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유행하던 때에 미국의 실업률이 1948년 월별 통계 발표 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아 전재산을 잃게 되며 거리로 나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3. 개인사정 (가정불화, 마약 및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

당연하게도 주거비용, 의료보험, 실업률 등의 사회구조적인 문제만으로 노숙자가 생겨나는 원인을 설명할 순 없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을 나오게 되는 경우들도 분명 존재한다. 가정에 불화가 생기어 가출을 했다거나, 정신질환이 있거나 마약 및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 또한 노숙자가 되어 살아간다. 여러 매체에서 알려진 대로 단순히 집값이 높아서 미국의 노숙자가 많다고 설명하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노숙자 텐트촌 긴급 강제철거 행정명령

 

이같은 상황에서 캘리포니아 주의 개빈 뉴섬 주지사가 2024년 7월 25일 자로 노숙자들의 텐트촌들을 강제철거하라는 긴급명령을 주 공무원들에게 내렸다고 한다. 이 행정명령이 가능했던 근거는 최근 미 대법원에서 지자체와 지방 정부기관들이 사람들(노숙자)이 공공장소를 점유하고 잠을 자는 것을 막고 이들을 이동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특히나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전역의 노숙자 가운데 가장 많은 28%의 노숙자 인구를 가지고 있고 비보호 노숙자가 많아 다른 50개 주와 워싱턴 D.C. 의 노숙자들에 비해서 훨씬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텐트뿐만 아니라 트레일러 차량, 개인 차량을 숙소로 삼아 캘리포니아 여기저기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노숙자들이 이웃이나 거리의 상가에 보행 불편과 조망권 침해를 야기하며 도시위생에도 지장을 주고 있었기에 뉴섬 주지사는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주 공무원과 관련 대행기관들이 노숙자 촌을 긴급철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노숙자들에게는 철거 전에 철거사실을 통보하고, 수용시설 입소를 권유하는 등 신중한 단계를 거치도록 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그간 뉴스를 통해 노숙자들이 다양한 범죄에 연루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LA 한인타운에서는 노숙자가 지나가던 보행인을 가격하기도 하였으며, 다운타운에서는 정신질환을 가진 노숙자가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무기를 들고 위협을 하였다. 하루 걸러 매주 접하게 되는 범죄 관련 뉴스는 LA라는 도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늘 상기시켜 주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마주쳤던, 동공이 풀린 노숙인이 내게 보여준 살기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들이 벌건 대낮에 누군가의 음식을 훔치고 돈을 강탈해가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LA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노숙자 문제는 분명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 집값은 여전히 높은 편이며 마약이 더욱 활발히 성행하고 있는 마당에 얼마나 더 많은 공권력과 주민들의 세금이 퍼부어져야 이 문제가 해결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수용시설에 입소한다고 해도 중독치료에 효과를 보여야 할 것인데, 수용시설에 입소한 노숙자들은 그곳을 견디지 못해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접했기에 더욱 걱정이 된다. 이런 노숙자들이 공무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면 더욱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예기치 못한 곳에 숨어듦으로써 음지에서 주민들의 위험을 야기한다면? 행정명령 이후 어떻게 LA가 바뀌어 갈지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