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면, 달리기 중의 쾌감을 의미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러닝하이'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러너스 하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고자 하였다. 필자 또한 러닝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 늘 생각해 보지만, 달리는 중에 즐겁기보다는 힘들거나 멈추고 싶다고 느낀 순간들이 더 많았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러너스 하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의 심리학자인 아놀드 맨델(Arnold J. Mandell)이 1979년 발표한 정신과학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최초로 사용된 용어이다. 멘델은 세컨드 윈드에 행복감을 더하여 러너스 하이라는 단어를 발표한 것이며, 현재 세컨드 윈드보다는 러너스 하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추세이다.
맨델이 설명하는 러너스 하이란, 달리기를 시작한 후 30분 정도가 지나면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1분에 120회 이상의 심장박동수로 30분 이상 격렬하게 달릴 때 일반적으로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 러너스 하이를 경험한 사람들에 따르면, 그 상태를 심장이 터질 것처럼 숨이 가쁘지만 "하늘을 나는 느낌" 혹은 "꽃 밭을 걷고 있는 기분"으로 표현을 한다. 러너스 하이는 오랜 시간 달렸다고 해서 무조건 경험할 수는 없다.
러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궁극의 경지라고 알려진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면, 더 오래 달려도 지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지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계속 달리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러한 러너스 하이는 꼭 러닝이 아니더라도 수영, 사이클, 럭비, 축구, 야구, 스키 등 장기간 진행되는 운동이라면 언제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라톤 선수들이 훈련 중 35km 지점을 넘어갈 시점에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러너스 하이 느끼는 법
러너스 하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느리거나 빠르지 않게 달려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심장 박동수가 1회에 120회 이상이 되어야 하고 이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30분 정도 달리게 되면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 만약 본인이 평소에 적절한 강도로 뛰는 속도가 10km/h라면, 이보다는 조금 빠른 정도로 달리는 것이 러너스 하이 상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러너스 하이에 도달하는 러닝시간은 30분 정도이지만 되도록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을 달리는 경우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러너스 하이가 오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쟁하야 하는 달리기 선수들에게는 러너스 하이가 오지 않는다.
베타 엔도르핀
엔도르핀(Endorphin)은 러너스 하이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물질 가운데 가장 유력하다고 언급되는 물질이다. 이러한 엔도르핀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내인성 모르핀'과도 동일하다고 여겨진다. 즉, 인간의 신체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내생성 아편유사물질'이 바로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신체에 물리적인 고통이 가해지거나 심리적인 충격을 받게 될 경우에 분비되므로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산소를 이용하는 유산소 상태에서는 엔도르핀이 증가되지 않다가, 운동강도가 심해져서 산소수치가 감소하는 무산소 상태에서는 엔도르핀이 급증하게 된다.
운동 중에 생성되는 '베타 엔도르핀'은 엔도르핀보다 더욱 강력하다. 베타 엔도르핀의 화학구조가 마약과 비슷하여 진통제보다 40-200배 강한 효과를 내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운동 시에 생성되는 젖산 등 피로물질의 축적과 관절이나 근육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체내에서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이다.
체력이 소실되어 호흡마저 어려운 사점(Death Point)에서 베타 엔도르핀이 급격하게 분비가 되는 경우, 신체는 '세컨드 윈드(Second Wind)' 상태에 마주한다. 세컨드 윈드 상태에 놓여지면 운동 중 고통의 수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의지가 샘솟게 된다. 체력 소모와 피로감으로 탈진한 신체를 다시 운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게 하기 위해 행복감과 진통효과를 내는 신체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베타 엔도르핀이 생성되는 세컨드 윈드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행복감은 마약을 복용했을 때보다 더 강력하다고 한다. (설마 그런 분은 없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노파심에 말하자면 마약 복용 시와 러너스 하이를 비교하기 위해 마약에 관심을 두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길 바란다.)
(주의사항) 운동중독
운동중독을 설명하기 전에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모두가 운동중독이다,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러너스 하이의 경험이 만족스러운 경우, 간혹 운동중독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게 된다. 운동중독은 저강도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정도 지속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저강도 운동에도 생길 수 있냐 묻는다면, 매일 2-3km를 걷는 것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도 운동중독 증상이 생겨날 수 있다. 만약 운동을 하지 못한 날에 불쾌하거나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운동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운동중독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는 금단증상이다.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 초조, 신경과민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스스로 과도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다시 운동을 하게 될 시에는 러너스 하이를 다시 느끼기 위해서 몸이 지칠 때까지 운동하고 점차 운동량을 늘려 나가게 되는데, 추후 운동량을 줄이거나 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어렵게 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운동중독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신체의 이상이다. 몸 상태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과도한 수준의 운동을 하다 보니 관절, 근육, 인대가 손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상이 생길 경우에도 운동을 중단하지 못해 무리하게 운동을 진행하다가 고질적인 만성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관절염과 근육통이 생기면 걷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심장에 무리가 가게 되면 협심증,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러너스 하이가 아무리 만족스럽더라도, 각자의 신체능력을 고려하여 운동 횟수를 잘 안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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