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끊이지 않는 갈등양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또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며 갈등종결을 위한 여러 에너지가 모였으나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심이 생기며 들여다보게 된 유튜버 '캡틴따거'님의 영상들을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했다.
갈등 노출과 비례하는 폭력성
우연찮게 Youtube에서 여행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캡틴따거'님의 영상들을 먼저 본 후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캡틴따거 채널에서 본 영상들이 기억이 났고, 최근에 촬영된 영상들을 다시 보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재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아래 영상은 캡틴따거님이 팔레스타인의 헤브론(Hebron)에 방문했을 때를 보여준다. 캡처샷의 자막을 보면 '가장 분쟁이 심한 도시'라고 언급되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헤브론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남부에 위치하였으며 서안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또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이며 심지어 유대교에서는 2번째로 큰 성지라고 서술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상 속에서의 헤브론의 모습은 위키백과에서 설명된 것과는 달랐다. 성지라는 느낌은 일절 받을 수 없었고 되려 지옥에 가까운 곳이 아닐까 했다. 캡틴따거님이 영상 속에서 겪었던 여러 경험들은, 서안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헤브론이 이 정도로 이스라엘에 적대감을 품고 있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은 가까운 미래에 절대 오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게 해 주었다.
헤브론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이 지속되어 왔다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갈등의 소식을 듣고 아군의 피해를 전해 들었거나 혹은 자신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반감이 커졌을 수 있고,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다른 이들과 무리를 지어 집단행동에 뜻을 두었다면 그것이 또 다른 분쟁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영상 속에서 헤브론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 돈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2) 덤티기를 씌우거나, 3) 특정 물건을 강매하거나, 4) 이스라엘의 국기에 입을 맞추라고 강요하거나, 5) 팔레스타인인이 아닐 것으로 보이는 자에게 '이스라엘의 스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공격적으로 대했다. 영상을 보면서 오랜 시간 갈등에 노출되어 온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이 어땠을지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해 보았다. 만약 내가 헤브론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이라면, 유년시절부터 들어온 전쟁의 물리적인 소리, 반유대주의적 교육, 주변에서 보이는 전쟁의 참상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제삼자의 시각에서 팔레스타인이나 하마스의 행태가 언제나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역으로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이다.
* 캡틴따거님이 올린 영상 중에는 팔레스티인과 이스라엘의 여러 도시에 방문한 모습이 담겼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가 보시길 바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왜 이리 뿌리 깊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시작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중동의 땅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의 수가 늘면서부터일까. 1920~1940년대 사이에 이주해 온 유대인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의 충돌이 자주 빚어지게 되었는데..
그 당시,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거주하고 있던 영토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 제국이 영국에 패하면서) 영국에 의해 점령되고 있었다. 아랍인들 또한 도와주기로 약속했던 영국은 유대인들에게 막대한 돈을 받고 영토를 팔아 넘겼고, 유대인들은 그 영토에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수립한다. 이에 반대했던 중동국가들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발생하였고, 우리가 소위 알고 있는 네 차례의 중동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은 더욱더 영토를 넓혀갔다. 어쩌면 영국의 이중적 행태가 중동전쟁의 씨앗이었을지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사회는 여러 노력을 했다. 그러나 갈등은 지속되어 현재까지의 상황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지오니즘(Zionism)을 실현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과거 유대인들의 땅이었던 영토를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는 기껏 잘 살고 있던 영토에 유대인들이 갑자기 이주하면서 자리를 내어달라고 하는 꼴이었을 것이고,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유대인들의 조상이 살았었던 의미가 있던 영토에 국가를 수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을 것이다. 전 세계를 떠돌며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박해와 차별을 받았던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직후에 국가수립이 시급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팔레스타인의 영토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분리되어 자리하면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의 갈등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갈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외에 중동의 여러 국가들 그리고 미국까지 합세한 상황이라서 단순히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시작은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신 소식과 '폭력이 낳은 괴물'
오늘자 뉴스를 보니,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거의 격퇴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마스보다 더 큰 세력인 헤즈볼라를 겨냥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공격한 세력에 대해 다시는 넘보지 못하도록 밟아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걱정이 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여러 번 증명되었듯이,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점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이 있다. 중동에서의 갈등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한 갈등과 양상과는 달리 더욱더 잔혹하다는 것. 아무래도 종교의 이름으로, 자신들이 강렬하게 믿는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우주최강의 논리를 장착하고 있는 것과 같다.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전지전능한 신 앞에서 나의 목숨, 너의 목숨 따위가 중요할리가 없다. 내가 무엇을 하든 신을 위해 행한 것이기에 사후에서 나의 삶은 신께서 돌보아주실 것이라 강력하게 믿기 때문인 것일까? 그래서 그들은 잔인하게 타인의 신체를 훼손하고, 자신의 목숨을 갈아 넣어 자살테러를 감행하는 등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들을 지속한다.
만약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세력들을 무찌른다고 가정해보자. 온 세계가 아는 명확한 팩트가 전쟁에 참여한 자들의 후손과,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자들 모두에게 전해질 것이고 그들 중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을 키워서 추후 또 다른 무장세력에 합류할 수 있다. 그 무장세력이 다시금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적대감이 상대방을 더 치명적으로 해할 용기로 치환될 수 있다. 간혹 이것이 마치 자연스러운 순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살다 보면 누군가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을 용서한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상대방을 용서하지 못해 받은 만큼 혹은 그 이상을 되갚아 주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용서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용서의 감정이 사라져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만큼 용서라는 행위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겠다. 더구나 용서하는 당사자의 수가 적다면 설득하고 통제하기 쉬울 테지만, 한 국가의 국민들이라는 몇 천만명의 사람들의 마음을 동시에 어루만져야 하는 미션이 남아있다. 모두의 상처를 아우르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누군가는 양보에 대한 희생을 피치 못하게 치러야만 한다. 그것이 개인의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게 될지언정 말이다.
평화라는 '좋은 것'으로 치부되는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평화가 요구되는 갈등상황에 놓여야 하고 그 단계에서부터 이미 많은 이들이 상처와 피해를 받게 된다. 한편으로는 인간은 불완전한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바닥을 알아야 위로 올라갈 수 있듯이, 매번 극과 극을 달리면서 인류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배워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게 된다. 즉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모두를 결국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것에 불만을 가진 세력에 의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합의 이후 불안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국제사회가 그동안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었던 갈등 상황을 종결짓기 위해서 노력하기를 기원해본다. 언젠가는 끝마무리가 나야할 분쟁이어야 하지 않을까? 기회가 된다면 캡틴따거님처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방문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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