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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면전 가능성 폭증 | 하마스 지도자 암살 방식(원격 폭탄)과 이스라엘에 대한 의혹

knownlearn 2024. 8. 6. 10:34

현지시각으로 2024년 7월 31일, 이스라엘과 분쟁 중이던 하마스는 성명을 내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Ismail Haniyeh)'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새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한 뒤에 시오니스트의 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한다. 이어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보복을 다짐한다. 

 

 

암살 방법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자세하게 언론에 공개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해외 언론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구글에 'Iran, Hamas leader, assassin'이라고만 검색하면 가장 처음 뜨는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암살 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 글씨를 누르면 해당 기사로 이동할 수 있다.)

 

위 링크를 통해 들어가 뉴욕 타임즈 기사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이 바로 이란의 이스마일 하니예의 집인데 무언가에 의해 손상된 모습임을 암시한다. 건물 한쪽의 벽면이 모두 부서졌으며 그 위를 무언가로 덮어두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사의 제목은 하마스의 최고지도자가 폭발물로 인해 습격을 당해 사망하였음을 알려준다. 

 

폭발 사고 현장
[이미지 출처: pixabay] (실제 사건과는 무관한 사진임을 밝힌다)

 

이란 현지의 소식통은 폭탄이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두 달 전부터 이스마일 하니예가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에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의해 운영되고 보호되는 고급단지였다.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의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테헤란에 머물게 되었고, 원격으로 작동되는 폭탄이 터지면서 이 게스트하우스의 외벽이 붕괴될 정도의 힘으로 이스마일 하니예를 죽이게 된 것이었다. 

 

아직까지 어떻게 폭탄이 게스트하우스에 숨겨져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익명의 현지 소식통은 이스마일 하니예를 죽이기 위한 암살 계획이 적어도 몇 달이 소요된 것으로 보이며, 폭발물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렇게 되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보안이 취약함이 알려질 것이고, 차후 정치군사적 인사를 수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소행?

 

이스마일 하니예가 사망하자, 하마스의 수석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리는 즉각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여러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 또한 긴급회의를 열어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했다고 명확하게 밝힌 바는 없다. 다만,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 아미차이 엘리야후가 자신의 엑스(X)에 '이스마일 하니예의 죽음으로 세상이 더 나아졌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암살 의혹이 증폭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마일 하니예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분쟁이 촉발되며 이스라엘이 신와르와 함께 주요 제거 대상으로 손꼽아왔던 인물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 정치지도부의 고위급 지도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카타르 외부에서 암살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카타르는 가자전쟁의 휴전을 두고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협상을 중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자전쟁에의 영향

 

하마스의 최고지도자가 암살당한 시점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이라도 일궈내기 위해 노력하던 중이었다. 7월 28일,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당국자들과 만나 협상을 진행하기까지 했기에 가자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란이 하마스의 복수를 하고자 나서며, 연일 중동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거듭 예고한만큼, 이스라엘도 '선제 타격'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란이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까지 목표물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회의를 열기도 하였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이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장을 걷는 군인
[이미지 출처: pixabay]

 

이에 중동 내 전면전을 우려한 주변 아랍권이 이란을 자제시키려 노력한다. 요르단이 이례적으로 하이만 사다피 외무부 장관을 테헤란에 보내어 보복 자제를 설득시켰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안보서기도 이란을 방문하여 지도부를 만났으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요르단의 사다피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 즉 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라고 언급하였고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지만 침략자(이스라엘)는 벌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최악의 경우 전장이 이스라엘, 이란,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의 중동 6개국으로 확장된다. 중동 전면전에 대한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격 혹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당사국들의 국민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불필요한 희생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이 통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