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사회과학계열을 전공한 30대, 백수와 프리터족이 되다

knownlearn 2024. 7. 29. 23:32

또다시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쓴다. 내가 생각한 인생 그대로의 모습으로 늘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다짐하지만,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요즘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나날들 속에서 다시 백수가 되었고,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프리터족으로서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비지니스 상황
[이미지 출처: pixabay]

 

나에게도 꿈이 있다

 

학사와 석사 모두 사회과학계열의 전공으로 졸업한 나는 박사학위를 따고 나서 관련 분야의 연구원으로 취직을 하는 게 목표였다.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필수였기에 (앞서 올린 포스팅에서 알 수 있듯) 박사과정에 지원한 바 있으나, 원하던 결과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물론 나 자신이 그 학교가 나름의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지원한 것이기는 하나,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문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 학교였기에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것도 어찌 보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학원(박사과정) 입시 면접을 앞두고 펑펑 울고 난 뒤, 최종 불합격을 바란 어제

 

대학원(박사과정) 입시 면접을 앞두고 펑펑 울고 난 뒤, 최종 불합격을 바란 어제

내가 지원한 학과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외에 자체적으로 추가 시험을 본다. 어제는 면접 전형이 있기 전 자체시험을 본 날이었고, 그날은 최근의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게 기록된다. 차라리

phdreality.tistory.com

 

여튼간 박사과정을 시작하지도 못했으니 당분간 연구원과의 꿈에서는 멀어지게 되었다. 30대 초반의 나이인지라 지금 시작해도 적당한 나이인데 앞으로 진학이 늦어진다면, 결혼이나 육아 등과 겹쳐 박사학위를 따는 전반적인 과정 자체가 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초조하기도 하다. 어쩌면 내 인생에 박사학위는 없는 것인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박사학위를 따지 못하면 연구하고 싶은 내 꿈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스럽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를 그저 꿈꾸기만 하는 것 또한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지금이다.

 

 

 

(사회과학계열) 석사학위의 이중성

석사학위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여 무엇이라도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석사학위의 가치는 결코 크지 않다. 박사학위가 연구기관에 취직할 수 있게 하는 가장 명백한 수단이라고 한다면, 석사학위는 '명백하다'라는 수식어조차 붙일 수 없는 존재로서 학사학위보다는 아주 조금 나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석사학위와 관련된 분야의 연구기관에 취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박사학위를 가진 자들처럼 연구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연구보조로 일을 할 수 있는데, 사실상 내가 연구를 직접 진행하고 기여도를 인정받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연구 전반의 과정에서 리서치를 하고, 연구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회계 및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연구가 완료된 이후에는 오탈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의 교정교열 작업을 맡게 되는게 바로 석사학위 소지자의 일상이다. 

 

이미 석사과정을 마친 후, 석사급 연구원(사실상 사무행정 보조원)으로서 근무를 해봤었기에 석사학위를 소지한다는 것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체감하고 있다. 석사학위로서 할 수 있는 업무가 위에서 언급한 정도라는 것도 달갑지 않은 현실인데, 연구직을 희망하지 않거나 석사학위가 없는 타전공의 사람들은 석사학위가 마치 암행어사 마패인마냥 '그저 석사'라는 이유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는 않은가를 묻는다. 학사보다 나은 석사학위라고 해도 정작 쓸모 없어지는 때는 자주 온다.

 

그럴 때에는 차라리 그들이 나에게 석사학위로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길 바라게 된다. 이공계열이라면 모를까, 수요가 적은 사회과학계열의 경우에는 석사학위를 가지고서 연구기관에 취직하면 겨우 세전 월급 200만원 남짓한 돈을 버는 게 현실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게 되면 최저시급에 가까운 월급을 받기도 하고, 민간 연구기관에 취직한다고 하더라도 세전 300만원을 넘기기는 정말 힘들다. 이쯤 되면 왜 이공계열을 전공하지 않았는가 후회가 몰려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회과학계열 중 최소 몇몇의 특정 학과는 박사학위까지 따서 연구원이 되든, 강사를 하든, 교수를 해야 넉넉하게 먹고살만한 돈을 벌 수가 있다. 

 

 

 

프리터족으로 사는 것

 

석사과정을 마치고 계약직으로 일했던 곳에서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고 본가로 내려왔다. 20대 내내 간간히 본가에 내려와 살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이번에 모든 짐을 정리하고 부모님 집에 내려오니 처음에는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몰려왔다. 이런 게 심리적인 안식처였지, 싶은 느낌을 매번 받는다. 

 

그러나 몇 주, 몇 달이 지나고 나면 본가에서의 편안함과는 별개로서 살 날이 더 많은 내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물밀듯 밀려온다.

 

나에게는 꿈이 있었는데...

마치 지금은 그 꿈을 포기한 듯이 살고 있는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싶다. 전공마다 상이하기는 하나, 특히 내가 공부하는 전공은 국내보다는 해외의 학파들이 전통있고 방대하고 깊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의 지적 토대를 잘 다지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해외에서 공부를 하려면, 1) 영어를 단순히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고 2) 적지 않은 학비와 생활비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라도 해결이 되면 좋으련만, 현재로서는 영어실력도 부족하고 돈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꿈을 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돈에 대한 고민은 펀딩을 받을 수 있으니, 우선 영어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본가에서 지내면서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인 30대 초반에 그저 가만히 영어 공부만 하며 지낼 수는 없다. 매일 영어공부는 하더라도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란 생각이 들어 요즘 일할 곳들을 찾아보고 있다.

 

하루 3-6시간 이내로 일하는 곳이면 적당할 것 같은데, 내가 사는 곳은 지방도시이자 공장단지가 몰려 있는 곳이기에 물류알바나 공장 생산직 아르바이트가 공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간혹 음식점 주방보조 아르바이트도 올라오는데, 뭐가 되었든지 아르바이트에 너무 많은 신체적인 에너지를 소비하면 집에 돌아와서 공부를 할 에너지가 남아있을런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나마 몸이 편한 아르바이트면 좋겠는데, 이래서는 카페에 취직하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말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데에 한두 달을 잡는다면, 당장 이번달과 다음 달은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 

 

프리터족으로 살며 영어공부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그간 공부해왔던 것을 버리고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지. 내 꿈은 선명한 데에 비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돈을 버는 행위를 멈출 수 없으므로 꿈을 좇는 과정이 더뎌지는 것은 당연지사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최대한 공부와 관련된 직종을 찾고 싶은 욕심이 상존한다. 

 

이렇게 저렇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 내가 몇 달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지 알 수가 없다.